셀프 인테리어

부모님 집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 – 장판 하나에 무너진 계획

myview6799 2025. 6. 30. 09:00

부모님 집 셀프 인테리어 도전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변화,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하다

나는 몇 달 전부터 부모님 댁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30년 가까이 바뀌지 않은 실내 장판, 낡고 긁힌 가구들, 군데군데 벽지가 들뜬 거실.
크게 리모델링을 하기엔 예산도 부담됐고, 부모님도 공사 자체를 번거로워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가 조금씩 고쳐보면 어때요?"라는 제안을 드렸고,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어릴 적부터 자란 공간이기에, 내가 손으로 정리해드린다면 의미도 있고 효율도 좋을 거라 믿었다.

계획은 단순했다. 거실 장판을 교체하고, 벽면에 셀프 페인트칠, 그리고 몇 개의 오래된 가구를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장판 교체는 유튜브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었고, 자재만 구입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보였다.
특히 ‘롤 장판’은 커터칼과 본드, 실리콘 정도만 있으면 시공 가능하다고 설명되어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예산도 약 80만 원 정도로 잡고, 1박 2일 일정으로 부모님이 외출하시는 동안 작업을 끝내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건, 공간 구조도, 장판도, 부모님 댁도 ‘교과서’처럼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나는 장판 하나 때문에 전체 계획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상과 다른 바닥 상태, 시작부터 틀어졌다

나는 시공 전날 미리 장판을 받아뒀고, 기존 바닥의 이물질과 먼지를 제거한 후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문제는 바닥의 수평이 고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눈으로 볼 땐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 장판을 깔아보면 미세한 경사나 요철이 크게 드러난다.
장판이 들뜨고 밀리기 시작했고, 접착제를 바르기 전에 벌써부터 ‘울퉁불퉁한 바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거실에는 중간에 구조물이 많았고, 문틀이나 가구 다리처럼 재단이 필요한 구역도 많았다.
유튜브에서는 넓은 공간에 한 번에 쭉 펴서 깔았지만, 현실은 매 50cm마다 커터칼을 들고 무릎 꿇고 있어야 했다.

두 번째 문제는 장판의 수축과 팽창을 고려하지 않은 재단이었다.
나는 장판을 정확하게 벽면 끝에 맞춰 자르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2cm 정도 여유를 두고 자른 뒤, 벽 몰딩으로 마감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 차이를 몰랐던 나는 정확하게 자른 장판이 수축하면서 가장자리에서 틈이 생기고 말았다.
결국 절단된 부분은 실리콘으로 억지로 메꿨고, 시공 직후엔 깔끔해 보였지만 하루 이틀 지나자
본드가 마르면서 바닥이 들뜨고, 실리콘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장판 하나 잘못 깔았을 뿐인데 계획 전체가 무너졌다

장판 시공에만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계획상 첫날에 장판을 끝내고, 둘째 날 벽 페인트 작업과 가구 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장판만 무려 13시간이 넘게 걸렸고, 손목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게다가 장판 시공이 만족스럽지 못하니 다음 작업이 의미 없어졌다.
이 상태에서 벽을 칠해봤자 바닥이 울퉁불퉁하면 감성도, 완성도도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타격은 심리적인 피로감이었다.
“이거 하나만 잘 깔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던 장판이 어설프게 완성되니
그다음 작업들은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커졌고,
결국 나는 벽 페인트 작업을 포기하고 가구 정리만 간신히 끝낸 채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비용도 계획보다 초과됐다. 추가로 구매한 실리콘, 보강재, 커터칼 등
예산은 약 15만 원 정도 더 들었고, 작업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 손으로 변화를 드리자”는 감동적인 시작이었지만,
마지막엔 “역시 전문가에게 맡길 걸”이라는 현실적인 후회로 마무리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의도’보다 ‘준비’가 중요하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셀프 인테리어의 핵심은
얼마나 정성스럽게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으로 계획하느냐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부모님 집처럼 이미 구조가 오래됐고, 수평이 무너지기 쉬운 환경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나처럼 감성적인 이유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하는 건 충분히 멋진 일이지만,
장판, 벽지, 바닥 마감처럼 기술적 완성도가 필요한 작업은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셀프 인테리어는 잘만 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못 하면 그만큼의 체력, 비용, 감정 소모까지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장판을 볼 때마다 그때의 실패가 떠오르지만,
한편으론 그 경험이 나에게 현실적인 감각과 기준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부모님 집을 다시 고친다면, 나는 중요한 공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리, 소품, 가구 배치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그것이 진짜 효율적이고, 감동까지 이어지는 셀프 인테리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