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 견적보다 비쌌다
“직접 하면 싸다”는 생각부터 틀려 있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하게 된 건 단순한 이유였다.
예산을 아끼고, 내 취향대로 공간을 꾸며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주거 공간은 낡았지만 구조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도배, 장판, 조명 교체와 수납가구 몇 개만 바꾸면
충분히 깔끔하게 바뀔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최소 200만 원 이상은 나갈 거라 생각했고,
“한 100만 원 선에서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 판단은 숫자상으로는 그럴듯했다.
도배는 시트지로 셀프 시공,
장판도 인터넷에서 구입 후 깔끔하게 덧대고,
조명은 DIY 제품으로 선택해서 교체.
가구는 조립식으로 해결하고, 인건비가 빠지니
모든 게 ‘합리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실수는
‘전체 예산을 단순 합산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비용과 시간, 시행착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셀프 인테리어는 예산 100만 원을 훌쩍 넘겼고,
전문가가 제시한 견적보다도 더 많은 지출을 경험하게 되었다.
셀프로 시도한 인테리어, 비용이 불어나는 순간들
가장 먼저 착오가 생긴 건 도배였다.
시트지로 셀프 도배를 하기로 결정하고 인터넷 최저가 제품을 주문했는데,
벽면 사이즈를 오차 없이 계산하지 못해 중간에 자재가 모자랐고,
결국 같은 제품을 추가 주문하면서 배송비까지 이중으로 지불하게 되었다.
게다가 접착제 양 조절 실패로 벽지 들뜸 현상이 생겨
도배 중간에 재작업까지 필요했다.
벽의 결로와 곰팡이 흔적을 무시한 것도 큰 실수였다.
그 부분은 결국 전문가에게 수리까지 의뢰하게 되었다.
장판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장판 위에 시트 장판을 덧대는 방식으로 시공했는데,
기존 바닥의 단차와 경계면 문제로 접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밀림 현상이 생겼고, 결국 전체 장판을 걷어내고
단열 시트, 평탄화 작업 후 다시 장판을 구입해 시공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장판만 두 번 사게 되었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 수거 비용도 추가로 들었다.
조명 교체는 직접 가능한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시공 도중 배선이 끊어져 감전 위험이 발생했고,
전기 전문가를 급하게 불러 7만 원을 들여 복구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셀프로 했다고 믿었던 인테리어의
절반 이상을 다시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완성'이 아니라 '실패 복구'가 더 많은 예산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전문가 견적과 비교해본 실제 총 지출 내역
처음 셀프 인테리어 예산을 100만 원으로 계획했을 때,
전문가 업체 두 곳에 견적을 받아봤다.
한 곳은 160만 원, 다른 한 곳은 185만 원.
도배, 장판, 조명 교체, 몰딩 수리까지 포함한 견적이었고,
물론 부가세 포함이었기에 다소 높게 느껴졌다.
그땐 단순히 “비싸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가격에는 자재, 시공, 수리, 쓰레기 처리, 인건비까지 포함된 ‘완성형 서비스’였다.
내가 실제로 셀프로 진행하며 지출한 비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시트지 도배 자재 및 재주문: 약 18만 원
- 장판 두 번 구매 및 폐기물 처리비: 약 25만 원
- 조명 2종 + 전기 기사 출장: 약 17만 원
- 조립 가구 4점 + 손잡이 교체 부자재: 약 28만 원
- 공구, 실리콘, 실수로 망가뜨린 자재 추가 구매: 약 15만 원
- 총합: 약 103만 원 (실비만)
- 추가로 든 시간: 약 2주 (평일 야간 + 주말 전체 투입)
- 체력 손실과 정신적 피로: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준
전문가 시공이었다면 3일 만에 끝날 작업을
나는 2주 넘게 끌었고,
그 시간 동안 집은 정리가 안 된 채 어수선했고,
생활 자체가 무너졌다.
그리고 완성된 공간도 수평이 맞지 않거나
벽면이 울퉁불퉁한 상태로 남아 있어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교훈 – 셀프 인테리어는 예산이 아니라 전략이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단순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직접 한다고 무조건 싸지 않다’는 것.
셀프 인테리어는 어디까지나
시간, 기술, 체력, 정보, 장비가 모두 갖춰졌을 때에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는 걸 체감했다.
내가 선택한 ‘100만 원 셀프 인테리어’는
결국 전문가의 견적보다 비싸졌고,
무엇보다 만족도는 낮았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재작업과 비용이 쌓이면서
처음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가버렸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면
나는 셀프로 할 수 있는 영역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영역을 명확히 나눌 것이다.
도배, 장판, 조명처럼 공간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소품 배치나 패브릭 스타일링처럼
감성과 취향이 드러나는 부분은
내가 직접 해보는 방식이 더 현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싸게 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정확히 분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용은 계산할 수 있지만, 실패로 잃어버린 시간과 스트레스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자산이라는 걸
이번 경험으로 확실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