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리모델링 후 생긴 의외의 불편함 7가지
리모델링이 끝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처음 셀프 리모델링을 결심했을 때 나는 꽤 확신에 찬 상태였다.
공간에 변화가 필요했고, 직접 손으로 바꾸는 리모델링이라면
나만의 취향과 생활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SNS에서는 몇 만 원으로 변신한 원룸, 카페 감성으로 탈바꿈한 주방 사진들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그걸 보며 나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도배, 장판, 가구 재배치, 수납 최적화, 조명 교체, 약간의 벽 시공까지
총 예산 150만 원으로 세운 셀프 리모델링 계획은 꽤 합리적으로 보였다.
계획대로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뿌듯함이 쌓였고,
사진으로 보면 분명히 전보다 훨씬 감성적인 공간이 완성됐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활이 시작되자, 처음엔 보이지 않던 작은 불편함들이
하나둘씩 현실을 흔들기 시작했다.
겉은 예뻤지만 안은 불편했다.
그건 단순한 디자인 실수가 아니라, ‘사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설계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래는 내가 셀프 리모델링 후 경험한,
의외로 자주 마주친 7가지 불편한 순간들이다.
불편함 ①~③ – 동선, 수납, 조명의 현실적인 충돌
① 가벽 설치로 흐름이 끊겼다
방의 침대와 책상을 분리해 작은 ‘공간 분할’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DIY 이동식 가벽을 설치했는데,
처음엔 공간이 구분된 느낌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이 가벽이 자연광을 차단하고,
에어컨 바람을 막으며, 동선의 유연함을 방해하는 구조라는 걸 느꼈다.
방이 더 좁아 보였고, 움직일 때마다 가벽이 흔들렸다.
결국 가벽은 철거했고, 그 자리에 다시 커튼을 설치했다.
② 수납을 늘렸는데 오히려 정리는 더 어려워졌다
‘정리는 수납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믿고
벽면 선반, 이동식 수납함, 틈새 수납장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납함마다 높이와 깊이가 달라 정리가 분산됐고,
자주 쓰는 물건을 찾기 위해 여러 개의 수납장을 열고 닫아야 했다.
게다가 일부 수납은 너무 낮거나 높은 위치에 있어 허리를 굽히거나 발돋움을 해야 했고,
이동식 수납장은 청소기와 계속 부딪혀 먼지 쌓임이 심했다.
수납이 늘었는데 정리는 더 번거로워졌다.
③ 무드등이 만든 감성, 하지만 실생활은 어두웠다
조명을 기존 형광등에서 따뜻한 느낌의 간접 무드등으로 바꿨다.
감성적으로는 확실히 분위기가 살았고, 사진도 잘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생활을 하려니 문제가 생겼다.
책상에서 작업할 땐 어두워서 눈이 피로했고,
화장할 때는 그림자가 져서 메이크업이 들쑥날쑥해졌다.
심지어 밤에 청소를 하려면 휴대폰 플래시를 켜야 할 정도였다.
예쁜 조명 하나가 공간 전체의 기능성을 망가뜨렸던 사례였다.
불편함 ④~⑥ – 바닥, 가구, 전선 구조에서 드러난 맹점
④ 시트 장판, 깔끔했지만 너무 미끄러웠다
기존 장판이 낡아서 새 시트 장판으로 덧시공했다.
색상도 밝고 디자인도 고급스러워 보여 만족했지만,
생활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장판 표면이 지나치게 매끄러워서
슬리퍼를 신은 채 미끄러지거나
물기가 있을 경우 사고 위험이 생겼다.
특히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이 문제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바닥은 단순히 예뻐야 하는 게 아니라,
안정성도 동시에 확보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⑤ 책상과 침대 위치가 일상 동선과 충돌했다
가구 배치를 바꾸면 새 느낌이 든다고 해서
침대를 창가 옆으로, 책상을 반대편 벽 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생활해보니 동선이 어색했다.
화장실 가는 길에 침대를 돌아야 했고,
책상 옆엔 콘센트가 없어 멀티탭을 길게 빼야 했다.
결국 전선이 바닥에 널브러지고, 밤에는 걸려 넘어질 위험까지 생겼다.
가구는 보기 좋은 배치보다,
생활 흐름에 맞춘 배치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⑥ 숨긴다고 숨긴 전선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
깔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선을 모두 숨기기로 했다.
벽면 몰딩, 케이블 박스, 벽걸이 고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문제는 가전제품을 교체하거나 위치를 바꾸려 할 때 생겼다.
전선을 다시 빼내고 정리하는 과정이 오히려 복잡해졌고,
하나의 선만 뽑으려 해도 전체 구조를 해체해야 했다.
전선이 깔끔하게 숨겨져 있을수록,
변화에 취약한 ‘고정된 공간’이 되어버리는 단점이 발생했다.
불편함 ⑦ + 교훈 – 셀프 리모델링은 '사용자 테스트'가 없다는 것
⑦ 리모델링 후 먼지 청소가 어려워졌다
전체 리모델링을 마치고 처음 청소를 하던 날,
나는 또 다른 문제와 마주했다.
이전보다 청소가 어려워졌다는 것.
벽면 선반 위, 틈새 수납장 뒤, 레일 조명 틈 사이에
먼지가 쉽게 쌓이고 닦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특히 벽면 선반은 천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
청소기를 들고 올리거나 사다리를 올라야만 닦을 수 있는 구조였다.
심플하고 깔끔한 공간을 만들었지만,
정작 유지 관리에는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게 되었다.
생활이 시작된 후 드러난 진짜 불편함은
리모델링 당시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셀프 리모델링은 '디자인'보다 '사용'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이번 셀프 리모델링은 디자인 면에서는 꽤 만족스러웠다.
SNS에 올릴 사진은 많아졌고,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도 “인스타 감성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 공간에서 하루, 이틀, 한 달을 살아갈수록
겉모습과 실제 사용성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셀프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말하고 싶다.
‘예뻐 보이는 공간’을 먼저 만들기보다,
‘편하게 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그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디자인은 나중에도 충분히 바꿀 수 있지만,
불편한 구조는 생활 전체의 리듬을 깨뜨린다.
다시 셀프 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면
나는 반드시 아래와 같은 기준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 조명은 ‘작업 동선’ 기준으로 설치
- 가구 배치는 생활 동선을 시뮬레이션한 뒤 확정
- 수납은 ‘양’보다 ‘접근성과 정리 편의성’ 중심
- 디자인보다 청소와 관리가 쉬운 구조 우선
- 전선은 숨기기보다, 변화가 쉬운 유연한 구조 유지
이렇게 해야 진짜 ‘내가 살 공간’이 된다.
리모델링은 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을 더 나답게 만드는 도구라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진심으로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