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

30만 원 셀프 인테리어로 시작한 방, 결국 다시 원상복구한 이유

myview6799 2025. 7. 9. 19:16

30만 원 셀프 인테리어로 시작, 다시 원상복구한 이유

 

작은 예산으로도 충분할 거라 믿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건 예산이다.
나는 30만 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내 공간에 분명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후기만 봐도
20~30만 원으로 완전히 달라진 자취방 사례들이 넘쳐났고,
나 역시 비슷한 감성, 비슷한 구조,
비슷한 아이템으로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엔 의욕이 가득했다.
화이트 톤 시트지, 조립형 수납 가구, 플로어 무드등,
암막 커튼과 작은 러그까지.
30만 원 예산으로도 꽤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었고,
택배를 받으며 하나씩 조립하고 배치하는 시간은
기대 이상으로 설렘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짧게 지속됐다.
며칠, 길어야 몇 주.
생활이 시작되면서 공간은 빠르게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조립 가구의 삐걱거림, 어두운 조명,
그리고 감성보다 실용이 중요한 생활 환경에서
내 셀프 인테리어는 예쁘기만 했지, 쓸모는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도배, 조명, 수납 – 저예산 조합의 문제점은 하나씩 드러났다

가장 먼저 불편함이 생긴 건 벽면이었다.
기존 벽지는 오래된 크림색이었고,
화이트 시트지를 직접 붙여 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붙이는 시트지 작업은
생각보다 정교함이 요구되었고,
중간중간 기포가 생기거나, 가장자리가 들뜨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창가 근처는 습기 때문에
붙인 지 일주일 만에 시트지가 말려 올라가
거슬리는 외관이 되었다.

조명 역시 예상보다 불편했다.
감성 무드를 위해 기존 형광등을 제거하고
무드등 2개와 작은 플로어 램프를 설치했지만,
방 전체를 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밤에는 책을 읽기도 힘들고,
간단한 청소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빛의 밝기와 확산이 부족했다.
예쁘게만 보이던 조명이
생활에 직접적인 불편을 주기 시작하면서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납도 마찬가지였다.
3단 트롤리와 조립형 수납장을 들였지만
제품의 내구성이 좋지 않아
일주일 만에 서랍이 휘었고,
무거운 물건을 넣을 수 없어
결국 바닥에 다시 물건을 쌓아놓게 됐다.
정리를 위한 선택이 오히려 공간을 더 어수선하게 만들었고,
30만 원으로 산 가구 중 절반은 2개월도 안 되어 폐기 대상이 되었다.


생활의 피로는 쌓였고, 결국 다시 원상복구를 선택했다

처음엔 “조금만 참고 쓰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불편을 넘기려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반복되면서
내가 이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맞춰 억지로 적응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청소와 전선 정리 문제였다.
무드등과 플로어 램프의 전선이 바닥을 가로질렀고,
러그 아래 먼지는 쌓이기만 했다.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가구를 옮기고,
전선을 피하고, 러그를 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점점 스트레스로 변해갔다.

이후엔 시트지가 들뜬 벽면을 붙이려다
실수로 벽지가 함께 찢어졌고,
그 자리를 가리기 위해 또 다른 소품을 구매해야 했다.
한 가지를 보완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고,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처음 상태가 더 나았던 것 같다’는 회의감을 불러왔다.

3개월쯤 지났을 때,
나는 다시 벽을 복구하고,
기존 천장등을 설치하고,
수납 가구를 버리고 원래의 시스템 선반을 다시 가져왔다.
30만 원이 사라진 것도 아까웠지만,
그보다 더 아까웠던 건 내가 낭비한 체력과 시간,
그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불편을 감내한 생활의 질
이었다.


예산보다 중요한 건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30만 원이라는 예산은 셀프 인테리어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그 돈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선
공간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의 생활 방식 분석이 먼저 필요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예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보이지 않는 사용성과 효율성, 유지 관리가
훨씬 더 큰 만족을 준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면
나는 예산보다 먼저
공간의 핵심 기능이 무엇인지,
내가 생활하면서 가장 불편한 요소가 어디인지
를 점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데 예산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차차 채워나갈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진짜 ‘가성비 있는 인테리어’가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실패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