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 견적보다 비쌌던 현실
"셀프"라는 단어가 주는 착각, 현실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셀프 인테리어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착각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인건비가 추가되니, 내가 직접 하면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더군다나 최근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셀프 인테리어 100만 원 완성!’ 같은 제목의 콘텐츠가 넘쳐나니, 나도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셀프 인테리어로 총 107만 원을 썼고, 이후 전문가에게 똑같은 범위의 시공 견적을 받아보니 89만 원이었다. 즉, 나는 더 많은 돈을 쓰고도, 더 낮은 퀄리티의 결과를 얻었다는 의미다. 직접 시간을 들이고, 체력을 쓰고, 스트레스를 감내한 대가로는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이었다.
이 글은 단순한 실패 후기가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이 비용을 올렸고, 셀프로 했기에 더 많은 리스크가 발생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려 한다. 지금 셀프 인테리어를 고민 중이거나, 비슷한 예산으로 공간을 바꿔보려는 독자에게 이 글이 사전에 경고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셀프라는 말에 감성적으로 끌리기보다, 현실적 계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100만 원 예산이면 전문가보다 저렴할 줄 알았다
나는 처음에 100만 원이라는 예산을 꽤 넉넉하게 잡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시공이 필요한 전체 공간은 약 6평 남짓한 작은 원룸이었고, 주요 공사 범위는 벽지 교체, 조명 설치, 침대와 책상 위치 재배치, 바닥 부분 러그 교체, 그리고 벽면 선반 설치 정도였다.
전문가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을 때는 89만 원이 나왔다. 당시에는 ‘저건 인건비가 포함됐으니까 내가 하면 절반 수준으로 끝날 것’이라며 쉽게 넘겼다. 그러나 직접 인테리어를 해보면서, 내가 간과한 항목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첫 번째는 도구 및 부자재 비용이었다. 벽지를 바르려면 롤러, 스크래퍼, 사포, 본드, 마스킹 테이프 등이 필요하고, 이 비용만 약 8만 원이 소요됐다.
두 번째는 배송비와 반품비다. 가구와 인테리어 자재를 각각 다른 온라인 몰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배송비만 따로 5~6회 분할 결제가 되었고, 중간에 잘못 주문한 제품의 반품비까지 더해져 총 11만 원 이상이 들었다. 전문가 업체는 이런 비용이 포함된 금액을 사전에 고지해주고, 여러 자재를 한 번에 준비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시공 실패로 인한 재구매였다. 벽지 한 면을 붙이다가 접착이 제대로 안 되어 주름이 생겼고, 결국 벽지 2롤을 추가 구매해야 했다. 조명 설치 중 실수로 전구를 깨뜨린 일도 있었고, 커튼봉이 벽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다른 방식으로 바꾸느라 지출이 계속 늘어났다.
시공이라는 현실, 셀프의 한계를 마주하다
셀프 인테리어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배치하는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는 반쯤 공사에 가까운 물리적 작업이다. 나는 유튜브에서 벽지 시공, 조명 설치, 선반 고정 등을 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기술과 경험이 요구되었다.
벽지 교체 작업은 특히 고통스러웠다. 벽면이 평탄하지 않아 본드를 두껍게 발라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한쪽 면은 접착력이 너무 높아 재조정이 어려웠다. 기포가 생긴 채로 굳어버린 부분은 다시 뜯어내야 했고, 그렇게 벽지는 총 세 번 손을 봐야 했다. 이 작업만으로 3일이 소요됐고, 체력은 바닥났다.
조명은 더 심각했다. 천장 조명기구를 교체하려다가 전기선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전기 기사를 부르는 데 추가로 6만 원이 들었다. 혼자 시공하려다가 감전 위험도 있었고, 벽면은 드릴 구멍으로 지저분해졌다. 전문가가 했더라면 30분 만에 끝났을 일을, 나는 2시간 동안 씨름했고, 결국 전문가에게 다시 맡겼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맹점은 이런 문제 발생 시 리커버리 플랜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문제가 내 책임이고,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A/S나 추가 시공이 가능하지만, 셀프 인테리어는 실패 자체가 곧 추가 비용으로 직결된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나는, 기술과 도구보다 중요한 건 ‘실전 경험’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감성 소품은 예산을 망친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바로 '감성 소품 소비'다. SNS나 유튜브에서 본 예쁜 무드등, 미니 테이블, 패브릭 커튼, 빈티지 벽시계 등은 실제로 공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소품들이 ‘완성도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초반에 큰 금액을 여기에 쏟아붓게 된다.
나 역시 감성적인 분위기를 위해 무드등 2개(각 2.5만 원), 패브릭 커튼(7만 원), 북유럽풍 러그(6만 원), 디퓨저와 벽걸이 소품(5만 원 이상)을 구매했다. 문제는 이 소품들이 공간 구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명의 색온도는 실제 생활에 너무 어두웠고, 러그는 먼지가 쉽게 끼어 위생 문제까지 발생했다. 커튼은 단열 기능이 부족해 겨울엔 실내 온도가 떨어졌고, 여름엔 햇빛 차단이 잘 되지 않았다.
이처럼 예쁜 소품이 생활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특히 셀프 인테리어에서는 기능성과 유지관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나는 ‘보기 좋음’에만 집중한 나머지, 실생활과 동떨어진 구성으로 오히려 생활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또한, 이런 소품은 시간이 지나면 질리기도 쉬워 교체 주기가 빠르고, 결국 추가 비용으로 이어진다. 전문가 시공에서는 공간의 기능과 조화를 먼저 고려한 후, 그에 맞는 소품을 배치해주는 데 반해, 셀프 인테리어는 자칫하면 '소품 쇼핑'에 그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셀프 인테리어는 ‘비용’이 아니라 ‘경험’을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셀프 인테리어는 절대로 ‘절약’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는 비용을 아끼려고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문가보다 더 많은 돈을 썼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불완전한 결과물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얻었다. 바로 ‘경험’이다. 비록 벽지는 들떴고 조명은 어설펐지만, 내 손으로 공간을 바꿔본 경험은 분명 값졌다. 이제 나는 어떤 자재가 실제로 좋고 나쁜지, 어떤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고, 어떤 부분은 셀프로 해도 되는지를 안다.
만약 누군가가 100만 원 예산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겠다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비용을 아끼려는 목적이라면 하지 마세요. 하지만 배우고 싶고, 경험을 쌓고 싶다면 도전해보세요. 단, 리스크는 감수해야 합니다.”
셀프 인테리어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전문가의 견적에는 단순한 ‘시공’만이 아니라, 그들이 겪은 수십 번의 실수와 경험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기술료다. 나는 이제야 그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히 비용 비교로는 절대 판단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