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데 불편한 셀프 인테리어, 70만 원 날리고 깨달은 진실
감성만 좇은 셀프 인테리어, 생활은 망가졌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누구나 ‘예쁜 공간’을 꿈꾼다.
가장 좋아하는 톤의 벽지, 따뜻한 무드등, 감성적인 커튼과 러그, 내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들로 공간을 채우면 마치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나 역시 그랬다.
정확히 말하면 70만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내 공간을 '예쁘게 바꾸는 것'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예쁜 공간은 완성됐다.
사진을 찍으면 그럴듯했고, 지인들이 와서도 “와, 호텔 같아”라는 말을 해줬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 공간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 진짜 불편함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테이블이 낮아 허리가 아팠고, 조명이 어두워 눈이 피로했으며, 러그는 청소가 너무 어렵고, 커튼은 여름에 햇빛을 막지 못했다.
결국 예쁜 공간은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 글은 ‘셀프 인테리어의 실패담’이 아니라, 겉모습에만 치중한 인테리어가 어떻게 일상을 망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 속에서 어떤 진실을 깨달았는지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글이다.
예산을 아무리 잘 짜도, 감성적인 가구와 소품을 아무리 정성스럽게 골라도, 기능을 고려하지 않으면 셀프 인테리어는 실패한다.
나처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며, 예쁜데 불편했던 70만 원짜리 공간에 대해 차근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러그, 조명, 커튼 – 분위기 살리려다 불편함만 남겼다
내가 가장 먼저 구매한 항목은 러그였다.
SNS에서 본 북유럽풍 인테리어 사진 대부분엔 러그가 등장했고, 그 감성적인 연출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따뜻한 크림색의 극세사 러그를 8만 5천 원에 구매했고, 배송을 받자마자 깔았다.
처음엔 공간이 아늑해졌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문제가 시작됐다.
먼지와 털, 머리카락이 너무 쉽게 끼었고, 청소기로도 잘 빨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여름에는 러그 위에 앉아 있기가 너무 더웠고, 주름이 잡히면서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다음은 조명이었다.
천장 조명은 그대로 두고, 무드등 2개와 스탠드 조명을 추가했다.
총 12만 원 정도 들었다. 처음엔 분위기가 훌륭했고, 밤에 조명을 켜면 카페에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조명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조명이 어두워 눈이 쉽게 피로해졌고, 결국 기존의 천장등을 함께 켜야 했다.
그러다 보니 감성 조명은 결국 장식용이 되었고, 콘센트는 부족해지고 전선은 늘어졌다.
커튼 역시 내겐 큰 실망이었다.
차분한 색감의 암막 커튼을 기대하며 7만 원 상당의 패브릭 커튼을 구매했지만, 실제 제품은 빛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햇빛이 그대로 들어와 낮에는 실내가 너무 밝았고, 밤에는 외부 불빛이 커튼을 통과했다.
게다가 재질이 두꺼워 여름에는 실내 온도를 더 높이는 역할을 했다.
결국 커튼을 열어두고 사는 날이 더 많아졌고, 내가 원했던 감성은 사라졌다.
이 세 가지 조합은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흔히 선택하는 패턴이지만, 실제로는 기능성과 생활성을 모두 무시한 조합이었다.
사진 속 공간과 실제 생활 공간은 전혀 다르다.
그걸 깨닫기까지, 나는 27만 원 이상을 날렸다.
2. 저가 가구, 조립 가구, 온라인 구매의 함정
예산이 많지 않다 보니 가구는 전부 온라인에서 저렴한 제품들로 구성했다.
조립식 책상, 서랍장, 사이드 테이블까지 포함해 총 25만 원 정도를 썼다.
문제는 이 가구들이 전부 디자인만 괜찮았지, 실용성은 매우 떨어졌다는 점이다.
책상은 보기에는 예쁘고 컴팩트했지만, 높이가 맞지 않아 의자에 앉으면 허리가 구부러졌고, 다리가 자주 부딪혔다.
결국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고, 업무나 공부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서랍장은 수납 공간이 적었고, 서랍 깊이도 얕아 자주 걸렸다.
더구나 MDF 재질이라 수명이 짧았고, 조금만 힘을 줘도 소리가 났다.
조립 도중 나사 구멍이 맞지 않아 중간에 작업을 멈춰야 했고, 반품은 번거로워 그냥 방 한켠에 뒀다.
사이드 테이블은 처음엔 베드 사이드용으로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너무 작고 낮아서 거의 쓸모가 없었다.
거기다 가벼워서 발로 조금만 차여도 흔들리고, 위에 컵을 올려놓으면 불안했다.
결국 몇 번 사용하다 창고로 들어갔다.
이처럼 가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생활 동선’, ‘내 신체에 맞는 높이’, ‘수납의 용도’는 완전히 무시되었다.
나는 디자인, 가격, 색상만 보고 구매했고, 그 결과 ‘예쁜 쓰레기’만 방에 쌓이게 됐다.
특히 셀프 인테리어에서 온라인 저가 가구는 굉장히 위험하다.
직접 앉아보지도, 만져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는 것은 완전히 도박이다.
내가 깨달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가구는 최소한의 실사용 테스트 없이 사면 안 된다는 것이다.
3. 감성 소품 + 디퓨저 + 벽 꾸미기 = 생활 불편 요소로 변신
전체 인테리어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 나는 다양한 감성 소품을 구매했다.
가랜드, 액자, 패브릭 포스터, 우드 트레이, 디퓨저 등 총 15만 원가량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벽 꾸미기와 디퓨저는 실패의 정점이었다.
패브릭 포스터는 벽에 걸었지만, 벽 재질이 거칠어 자꾸 테이프가 떨어졌고, 결국 벽에 자국만 남겼다.
액자는 나름 분위기를 살리려 붙였지만, 걸 수단이 마땅치 않아 양면 테이프를 사용했다.
하지만 액자가 떨어지면서 바닥이 긁혔고,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디퓨저는 예쁜 병에 담긴 우드 스틱 타입을 선택했다.
하지만 향이 너무 강했고, 10평도 안 되는 원룸 안에선 오히려 두통을 유발할 만큼 자극적이었다.
며칠 후 향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창문을 자주 열었고, 결국 디퓨저는 냉장고 위로 올라갔다.
나중엔 먼지만 쌓였다.
가랜드나 포스터 등도 문제였다.
감성은 있었지만, 실내가 조금만 지저분해져도 장식 요소들이 오히려 방 전체를 산만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정리가 안 된 공간에 감성을 덧입히면, 결과는 어지러운 인테리어가 된다.
이 과정에서 내가 확실히 느낀 건, 소품은 공간이 정리된 이후에야 비로소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정리되지 않은 구조에 소품을 더하면, 공간은 감성이 아니라 혼란과 불편함으로 변한다.
4. 예쁜 것만 좇은 인테리어, 결국 다시 다 뜯어냈다
70만 원이라는 예산은 셀프 인테리어에서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예산을 잘못 썼고, 잘못된 순서로 선택했고, 잘못된 기대를 했다.
결과적으로 예쁜 공간을 만들긴 했지만, 실제 생활은 망가졌고, 결국 다시 다 뜯어내야 했다.
러그는 접어버렸고, 조명은 장식품이 되었으며, 커튼은 차광 기능이 없어 결국 블라인드로 바꿨다.
책상은 오래 앉을 수 없어 중고로 팔았고, 액자는 떼어내고 자국만 남았다.
그렇게 또 다시 정리 비용이 들었고, 시간도 들었고, 스트레스도 쌓였다.
이제 나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내가 이 공간에서 무엇이 불편한가'를 분석한다.
그 불편함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먼저 예산을 쓰고,
그다음에 남은 여유로 감성을 더한다.
예쁜 인테리어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예쁨은 실용성을 담보할 때 빛난다.
감성과 실용성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야 할 우선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