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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70만 원 셀프 인테리어 실패기: 예산은 썼고, 효과는 없었다

70만 원 셀프 인테리어 : 예산은 썼고, 효과는 없었다

 

'내 집 꾸미기'의 로망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드물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집은 나를 닮는다”고.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곳을 넘어서, 내 삶의 취향과 방향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장소가 된다. 그래서일까. SNS를 보면 너도나도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하고, 손재주 하나로 분위기를 확 바꿔놓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나 역시 그 열풍에 조용히 휩쓸렸고, 그렇게 '70만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실패였다. 분명 계획은 촘촘했다. 리모델링까지는 아니더라도, 벽지 하나 바꾸고, 가구 위치 조정하고, 소품 몇 가지로 감성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수십 편의 셀프 인테리어 영상을 참고했고, 재료비와 배송비까지 꼼꼼하게 계산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직접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기대 이하였고, 지출은 계획보다 늘어났으며, 만족도는 바닥을 쳤다.

이 글은 단순한 실패 후기가 아니다.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며, 앞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솔직한 이야기다. 감성보다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집 꾸미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돈은 썼고, 시간도 썼지만, 효과는 없었다는 이 실패담이 누군가에겐 값진 팁이 되기를 바란다.


1. 계획은 치밀했지만, 시작부터 방향이 어긋났다

나는 예산을 70만 원으로 정했다. 딱 적당한 금액이었다. 벽지를 바꾸고, 책상과 의자의 스타일을 바꾸며, 조명과 커튼을 감성적으로 교체한다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장 첫 번째 실수는 ‘공간의 구조’를 무시한 채, 감성적인 사진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미니멀한 북유럽풍 인테리어는 내 집 구조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특히 창문의 방향과 빛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밝은 톤의 커튼과 조명을 구매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충동구매’였다. 마치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열망이 커질수록, 내 판단력은 흐려졌다. 저렴한 가구 플랫폼에서 세일 중인 수납장을 발견했을 때는 ‘이 가격이면 무조건 이득’이라 생각했고, 실제 설치해 보니 공간이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인테리어는 단순히 예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공간과의 조화를 설계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전 실측 없이 구매한 벽지는 실제 색상과 질감이 생각보다 달랐고, 붙이는 과정에서도 실수가 연속됐다. 벽지 한쪽은 기포가 생기고, 모서리는 들뜨기 시작했다. 시공 경험이 없다 보니 인터넷에서 본 설명만 믿고 무작정 붙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결과적으로 첫날부터 예산의 30% 이상을 의미 없이 날려버렸다.


2. 직접 시공의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힘든 점은 단연 ‘직접 시공’이다. 특히 벽지 교체나 조명 설치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높은 기술과 체력이 요구된다. 나는 벽지 4롤을 주문했고, 커터칼과 본드를 준비했다. 유튜브 영상에선 쉽게만 보였지만, 실전은 달랐다. 벽지 한 장을 정확히 재단하고, 수평 맞춰 붙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조명 설치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존 조명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천장 전선이 노출되었고, 전기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무작정 인터넷 검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번째 날엔 전기기사를 불러야 했고, 추가비용 8만 원이 들었다. 여기서 나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내가 직접 한다’는 생각보다 ‘내가 못 하는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현실적인 기준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커튼봉 설치는 벽의 재질을 고려하지 않아, 못이 박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재료비보다 중요한 건 그 재료를 설치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었다. 셀프로 하기에는 내가 너무 몰랐고, 그 대가로 소중한 시간과 체력이 바닥났다. 결과적으로 셋째 날에는 손목에 파스까지 붙이며 작업을 멈춰야 했다.


3.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고, 공간은 더 좁아졌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분위기 전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진행한 셀프 인테리어는 집의 분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벽지는 얼룩졌고, 조명은 어두워졌으며, 원래 깔끔하던 수납장은 저렴한 MDF 가구로 대체되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공간이 이전보다 더 답답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가구 배치와 소품 선택에서의 실패였다. 공간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책상과 침대를 옮긴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존에는 벽면을 따라 수납공간이 있었지만, 새로 구매한 선반은 구조상 중간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느낌을 줬다. 나름 감성적으로 배치한 조명도 실제로는 밝기가 약해, 밤에는 눈이 더 피로해졌다.

결과적으로, 집에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감성을 추구한 결과, 불편한 생활을 얻게 된 셈이다. 이런 상태로 두 달 정도 생활했을 무렵, 나는 결국 인테리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벽지는 다시 흰색으로 덧칠했고, 가구도 중고거래를 통해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회수한 금액은 고작 15만 원 남짓이었다. 나머지 비용은 그대로 손해였다.


4. 셀프 인테리어, 다시는 감정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 실패를 통해 나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셀프 인테리어는 결코 '저렴하게 예쁘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잘못 접근하면 원래 상태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전문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무작정 유튜브나 SNS의 비주얼만 따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도 알았다.

두 번째는, 예산보다 계획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70만 원이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계획과 시뮬레이션 없이 시작하면, 그 어떤 예산도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간 구조’, ‘생활 동선’, ‘기술의 한계’를 먼저 분석한 후에 필요한 부분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간은 사진이 아닌 '생활'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예뻐 보여도, 실제로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하다면 실패한 인테리어다. 나는 실패했지만, 이 경험이 나를 더 현명한 소비자로 만들어주었다. 이제는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내 생활에 꼭 맞는 변화만을 선택하게 되었다.

70만 원을 날렸지만, 값비싼 인생 공부를 했다. 셀프 인테리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진 않는다.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해야 진짜 '내 공간'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