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하나 보고 시작했는데, 생활이 무너졌다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게 된 건 단순했다.
SNS 피드를 보다가 어느 날,
은은한 조명 아래 따뜻한 우드톤 가구와
흰 커튼이 바람에 살짝 날리는 그 ‘감성’이 너무도 탐났다.
“나도 이렇게 꾸미고 싶다”는 욕구는
하루 만에 50만 원짜리 쇼핑 리스트를 만들게 했다.
수납장, 러그, 커튼, 조명, 소품…
예산 안에서 최대한 감성을 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당시 나는 기능성보다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침대 옆 협탁이 불편해도,
책상이 좁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일단 예쁘면 됐고,
카메라로 찍었을 때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온다면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은 고작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감성은 있었지만, 실용성이 없었던 셀프 인테리어는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결국 다시 처음부터 구조를 재정비하게 되었다.
감성만 담은 조합이 만들어낸 생활 불편 TOP 3
첫 번째 문제는 조명이었다.
나는 기존의 밝은 천장 조명을 제거하고
무드등 2개와 플로어 램프 하나로 교체했다.
노란빛의 감성은 분명 만족스러웠지만,
현실은 너무 어두웠다.
밤에 책을 읽으려면 조명을 3개나 켜야 했고,
책상 위 그림자가 생겨 타자 치기도 불편했다.
결국 나는 다시 탁상용 데스크 조명을 추가 구입했고,
원래 조명을 복구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감성 조명은 감상용이지, 생활용이 아니었다.
두 번째 문제는 수납 가구였다.
심플한 우드 수납장을 고르느라
기능성보다는 디자인 위주로 선택했는데,
서랍 깊이가 얕고 가로 너비가 좁아
내가 원래 쓰던 물건들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필요한 물건은 수납장 위에 늘어놓게 되었고,
정리된 공간은 금세 어지러워졌다.
처음보다 더 지저분한 환경이 만들어졌고,
나중엔 정리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세 번째는 러그였다.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구매한 러그는
사진 속 공간에선 분명 아늑해 보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먼지와 머리카락이 쉽게 끼고,
자꾸 말려 올라가며 걸려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청소기가 잘 밀리지 않아
청소 시간은 두 배가 걸렸고,
결국 러그는 구석에 접혀 방치되었다.
예쁜 것들이 공간을 꾸며주기는커녕
생활의 리듬을 깨트리고 있었다.
인테리어 예산의 90%를 감성에 썼던 결과
내가 셀프 인테리어에 사용한 예산은 약 50만 원이었다.
그 중 약 40만 원은
가구나 소품, 조명 등
비주얼 중심의 아이템에 집중적으로 사용되었다.
커튼, 커튼봉, 조명, 러그, 수납장, 벽선반,
그리고 작은 액자와 조화까지.
공간은 분명 예뻐졌지만
기능을 담당하는 요소들,
예를 들어 실용 조명, 서랍 크기, 전선 정리, 청소의 편리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감성은 만족했지만 생활은 피로한 방에 살게 되었다.
책상은 좁고, 수납은 부족하고,
청소는 어렵고, 조명은 어두웠다.
불편함이 반복되자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고,
집에 있어도 온전히 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일부 소품을 정리하고,
기존 조명을 다시 설치하며
가구 배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무드등은 취침용으로만 사용하게 되었고,
수납장은 서재용으로 옮겨졌다.
러그는 버리고, 그 자리에
의자용 매트를 깔았다.
50만 원을 들여 셀프 인테리어를 했지만
그 절반 이상은 다시 원상복구하거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성에 취해 기능을 버린 결과’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감성은 채워야 할 요소지, 인테리어의 전부가 아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목표는
‘예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예쁜 공간이 곧 좋은 공간은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진짜 좋은 인테리어는
생활하는 동안 편안함을 주는 구조와
유지 관리가 쉬운 시스템에서 나온다.
그 위에 감성이 얹혀져야
비로소 감성과 기능이 공존하는 인테리어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면
나는 예산의 70%를 기능에 투자하고,
30%만 감성을 위한 소품과 분위기 조성에 쓸 것이다.
기능이 없는 감성은 오래가지 못하고,
생활을 피로하게 만든다.
예쁘게 꾸민 공간도
불편함이 쌓이면 결국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감성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감성이 공간의 중심이 되는 순간,
그 공간은 집이 아니라
사진 찍기 좋은 스튜디오에 불과하다.
이제는 안다.
진짜 감성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것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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