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하면 싸게 될 줄 알았다, 생각보다 더 많이 들었다
처음 인테리어를 결심했을 땐
‘이번엔 꼭 전문가를 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요즘은 유튜브만 검색해도 도배부터 조명 교체, 수납 가구 조립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셀프로 가능한 정보가 넘쳐난다.
실제로 ‘30만 원으로 방 꾸미기’, ‘셀프 인테리어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를 보면
이건 정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 기대어
전문가가 아닌, 나 스스로 공간을 완성해보겠다는 도전에 나섰다.
처음엔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벽지를 고르고, 무드등을 장바구니에 담고,
직접 커튼을 설치하기 위한 부자재를 준비했다.
내 손으로 집을 바꾼다는 생각은
성취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나하나 직접 손을 대면서,
‘왜 전문가가 존재하는지’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이 글은 내가 셀프로 인테리어를 꾸몄다가
결국 전문가에게 다시 맡기게 된 과정을
사실적으로 정리한 이야기다.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실행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다.
셀프 인테리어 진행, 시작은 멋졌지만 점점 뒤틀렸다
내가 처음 시도한 건 도배였다.
기존 벽지에 시트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손재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던 터라
크게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벽 상태가 고르지 않았고,
한쪽 벽은 습기가 남아 시트지가 들뜨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기포가 생겼고,
곰팡이 냄새가 점점 벽 뒤에서 새어 나왔다.
가구는 조립형으로 전부 교체했다.
책상, 선반, 수납장 모두 인터넷 최저가 제품으로 선택했는데,
조립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나사 구멍이 어긋났고, 서랍은 닫히지 않았고,
몇 번을 조립해도 수평이 맞지 않았다.
가장 황당했던 건 책상 다리 한쪽이 휘어
무게중심이 쏠리며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사건이다.
그때부터 불안한 마음이 계속 따라붙었다.
조명도 큰 문제였다.
감성 무드등으로 바꾼 천장 조명은
실제 생활에서 너무 어두웠고,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조명을 켜도 어둡고, 끄면 깜깜했다.
게다가 콘센트 위치가 애매해
연장선이 바닥을 가로지르게 되었고,
한 번은 선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이쯤 되니 불편함이 ‘느낌’이 아니라 ‘위험’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국 전문가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순간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도배 문제였다.
들뜬 시트지를 전부 떼어내려 하자
기존 벽지가 함께 찢기면서
벽 표면 자체가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혼자선 복구가 어려웠고,
결국 인근 인테리어 업체를 불러
부분 벽면 복원 작업을 맡기게 되었다.
견적은 25만 원.
처음 시트지에 쓴 비용보다 2배 넘는 금액이었다.
전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조명 교체 과정에서 전기 배선의 피복이 일부 벗겨졌고,
감전 사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결국 기사님을 통해
배선 정리와 조명 재설치를 진행했다.
또한, 가구 문제도 해결이 필요했다.
불안정한 책상을 철제 프레임 데스크로 교체했고,
수납장도 맞춤형 가구로 일부 변경했다.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들어간 전문가 비용은 85만 원에 달했다.
결국 나는
셀프 인테리어에 쓰인 약 60만 원과
전문가 보완 작업에 들어간 85만 원을 합쳐
145만 원을 지출하게 되었다.
처음 전문가 견적이 100만 원 정도였음을 생각하면
나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고,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한 셈이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모든 걸 직접 하겠다는 게 아니다
셀프 인테리어는 분명 멋진 일이다.
자기 공간을 직접 꾸미는 일은
삶의 태도를 바꾸고, 감정적인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셀프 인테리어의 진짜 정의는
‘모든 걸 직접 하겠다’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구분하겠다’는 판단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도배, 전기, 바닥 시공처럼
실수했을 때 복구가 어려운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수납 정리, 색감 조합, 소품 배치처럼
감각적이고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부분은
스스로 해도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진짜 셀프 인테리어다.
전문가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이라는 관점으로 셀프와 외부의 경계를 나누는 방식이어야 한다.
앞으로 다시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면
나는 절대 처음부터 전부 손대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의 영역과 나의 영역을 나눈 뒤
시간과 돈,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구조를 먼저 설계할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는 멋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공간은 결국 전문가의 손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이 이번 인테리어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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