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생활은 불편해졌다
처음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했을 때
나는 ‘지금보다 나은 공간’을 상상했다.
단조롭던 벽지를 바꾸고, 조명을 감성 무드등으로 교체하고,
원목 느낌의 가구로 통일성을 맞추며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공간처럼 바꿔보고 싶었다.
총예산 70만 원.
자재는 온라인 최저가로 맞추고,
시공은 모두 혼자 진행했다.
물론 처음엔 뿌듯했다.
사진도 예쁘게 나왔고, 주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감성은 며칠뿐이었다.
생활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공간의 문제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고,
청소가 어려워졌고,
조금씩 쌓인 피로가 생활의 질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지 3개월째 되는 날,
나는 결심했다.
‘이제 다시 원래대로 돌리자.’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시간과 돈을 들여 바꿔놓은 공간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이
무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은
‘감성 인테리어의 끝’은 분명했다.
예쁜 것과 편한 것은 완전히 다른 기준이었다.
3개월 동안 변화된 건 ‘공간’이 아니라 ‘피로감’이었다
도배는 셀프로 진행했다.
기존 벽지를 벗기고, 화이트 톤의 시트지를 붙였다.
붙일 땐 꽤 정갈하게 마감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접착면 가장자리가 들뜨고,
기포가 생겼다.
게다가 여름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시트지 사이로 습기가 차고,
곰팡이 냄새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가구도 문제였다.
감성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우드톤의 조립형 책상과 수납장을 샀다.
처음 며칠은 공간이 정돈돼 보였지만
서랍이 휘어지고, 나사가 헐거워지면서
가구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물건을 꺼낼 때마다 기분이 상했고,
결국 나는 자주 쓰던 물건을 책상 위에 꺼내두기 시작했다.
이런 사소한 불편은 금세 어지러움으로 연결됐다.
조명도 마찬가지였다.
무드등과 플로어 램프를 설치하면서
전체 조명을 제거했더니
밤에는 너무 어둡고,
낮에는 그림자가 져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 번은 친구가 놀러와 “너무 침침해서 답답하다”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이 꽤 오래 남았다.
인테리어가 예쁘다는 말보다
생활이 불편하다는 말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결국 원상복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들
가장 큰 이유는 청소와 유지가 불편해졌다는 점이었다.
러그 위에 먼지가 자꾸 끼고,
침대 주변 소품이 많아 청소기를 돌리기 어려웠다.
심지어 한 번은 조명 코드를 발로 차 넘어질 뻔했고,
선반 위에 올려놓은 액자가 떨어져
바닥 타일에 금이 가기도 했다.
감성을 위해 배치한 소품이
안전과 효율을 방해하는 요소로 변했다.
또 하나는 공간의 ‘답답함’이었다.
사진처럼 꾸민 방은 멋져 보였지만
실제로는 수납력이 떨어지고,
생활 동선이 꼬이게 만들었다.
침대를 가운데로 배치하고
그 옆에 협탁을 놓았더니
침대 밑 청소가 불가능했고,
자다가 핸드폰이 떨어져도 주울 수 없었다.
책상도 창문 옆에 둬서
빛 반사 때문에 눈이 피로해졌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였다.
나는 예쁜 공간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고
생활은 피곤해졌다.
결국 인테리어는 보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3개월 만에 원상복구를 시작했다.
인테리어는 ‘꾸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
인테리어는 꾸미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3개월간의 셀프 인테리어 실패를 통해 배웠다.
SNS에서 본 인테리어는 완성된 사진일 뿐이고,
실제 생활은 카메라 밖에서 벌어진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사진처럼 따라 하는 셀프 인테리어는
예쁜 감옥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예쁜 인테리어는 하루면 만들 수 있지만
편한 인테리어는 몇 달, 몇 년 동안 검증되어야 한다.
앞으로 다시 셀프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면
다음의 원칙을 반드시 따를 것이다.
- 디자인보다 기능을 먼저 결정한다.
- 구조보다 먼저 동선을 시뮬레이션한다.
- 자주 사용하는 물건 중심으로 배치한다.
- 청소와 유지가 편한 구조를 우선시한다.
- 예산보다 ‘지속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셀프 인테리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인테리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나는 예쁜 사진보다
지저분해도 마음이 편한 공간이 더 가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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