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가구 하나로 공간이 달라질 줄 알았다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하게 된 건, 더 이상 반복적인 공간이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내 방은 특별히 낡거나 불편하지 않았지만, 왠지 답답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가구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 산 건 책장, 옷장, 수납장. 모두 깔끔한 우드톤으로 통일된, 가성비 좋은 조립 가구들이었다.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30만 원이 조금 넘는 예산이었고, 내가 직접 조립하면 시공비도 아낄 수 있으니
효율적이고 뿌듯한 프로젝트가 될 거라 믿었다.
초반엔 기대감이 컸다.
택배가 도착했을 때 박스마다 적힌 브랜드명을 확인하며
내가 만든 공간이 어떻게 완성될지 상상하느라 들뜬 기분이었다.
하지만 상상은 곧 현실과 부딪혔다.
설명서 한 장과 수십 개의 부속품, 드라이버 하나,
그리고 예상치 못한 체력 소모와 조립 지연.
그때부터 나는 내가 시작한 이 ‘셀프’라는 이름이
생각보다 외롭고 지치는 싸움이 될 거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조립 첫날 – 무작정 시작했지만, 가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조립을 시작한 건 주말 오전이었다.
처음 조립한 건 4단 서랍장.
너무 복잡하지 않아 보였고, 설명서에 그림도 잘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조립은 시작부터 막혔다.
나사 규격이 맞지 않는 구멍, 방향이 애매한 판재,
설명서와 실제 부품 사이의 미세한 오차가 발목을 잡았다.
하나의 서랍을 완성하는 데만 40분이 걸렸고,
총 4개의 서랍을 조립하고 나니 손목이 얼얼해졌다.
서랍장의 뼈대를 세우기 위해 측면 판을 세워 고정하려 했지만
혼자서는 수직을 유지하며 조립하기가 불가능했다.
결국 벽에 기대고 고정하려 했지만, 그 상태에선 드라이버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만 1시간 넘게 시간을 소비했고,
결국은 서랍장이 뒤틀린 채로 조립이 완료되었다.
다리를 끼우고 뒤판을 고정할 땐 못질이 필요했지만
집에 망치가 없다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되었다.
급히 근처 철물점에서 망치를 구입해와 마무리했지만
단 하나의 가구를 완성하는 데만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이쯤 되니 체력도, 의욕도 바닥나기 시작했다.
다음날 책장을 조립하기로 하고, 첫날은 그렇게 끝났다.
방은 박스와 포장 비닐, 판재로 어질러졌고
완성된 서랍장은 보기엔 그럴듯했지만
문이 닫힐 때마다 틀어지는 소리가 나는 ‘임시 구조물’에 가까웠다.
조립 둘째 날 – 반복되는 오류, 혼자서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이튿날은 책장과 옷장 조립이었다.
전날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엔 설명서를 미리 정독하고,
필요한 공구도 다시 정비한 뒤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똑같이 반복됐다.
판재가 무겁고 길어 혼자서는 수직 고정이 어려웠고,
레일을 끼우는 순서가 잘못되면 전부 다시 분해해야 했다.
한 번의 실수가 전체 구조를 다시 조립하게 만들면서
조립의 체감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책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구가 넘어져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문짝을 고정할 때 힌지 방향이 반대로 들어가 문이 닫히지 않았고,
그걸 수정하느라 다시 판재를 뽑고 나사를 재삽입하는 데만 1시간.
중간에 조립 순서를 놓치면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조립한 가구도 있었다.
가구를 조립할수록 뿌듯함보다 실망과 피로감이 쌓여갔다.
결국 둘째 날 밤이 되어서야 모든 가구를 조립할 수 있었지만
완성된 가구들은 조금씩 비뚤어져 있었고,
레일이 뻑뻑하거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문제가 곳곳에 남았다.
보기엔 괜찮았지만, 쓰기엔 불편한 상태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가구를 조립할 수 있다는 것과,
제대로 조립할 수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교훈 – 셀프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과 체력의 계산’부터 해야 한다
나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조립이 가능하다’는 말만 보고 쉽게 시작했다.
하지만 셀프라는 이름 아래에는
설계, 도구, 정확한 판단, 반복 실수에 대한 복구력까지 포함된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가구를 조립하는 데 2일이나 걸렸고,
그 사이 나는 체력, 시간, 공간의 쾌적함을 모두 잃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 시간 동안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하루도 안 걸렸을 작업을
혼자서 비효율적으로 낭비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셀프로 가구를 조립한다는 경험은 남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결과보다 고생이 더 컸고,
실생활에서 불편한 구조로 인해 다시 전문가 손을 빌려야 했다.
결국 비용은 두 배, 체력은 바닥, 만족도는 중간 이하.
셀프 인테리어가 꼭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
앞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다시 하게 된다면
가구는 반드시 “조립 난이도 + 공간 적합성 + 사용성”
이 세 가지를 충분히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다.
가격만 보고 선택하는 건
두 손으로 만든 실패를 자처하는 일이라는 걸
이번 조립 2일의 실패가 확실히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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