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

가성비만 믿고 꾸민 셀프 인테리어, 왜 실패했을까?

myview6799 2025. 7. 3. 08:32

가성비만 믿고 꾸민 셀프 인테리어 실패

 

‘가성비’라는 단어에 속아 공간을 망치다

나는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예산’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전체 공간이 아닌 내가 직접 사용할 방 하나만 꾸미는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큰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엔 워낙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괜찮은 제품들이 많고,
유튜브나 블로그에도 ‘10만 원대 감성 인테리어’ 콘텐츠가 넘쳐나기에
“가성비 좋은 제품만 잘 골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기준을 ‘가격’에 두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가구는 저렴한 조립식, 조명은 온라인 최저가 검색,
도배도 가장 저렴한 시트지로 셀프로 붙이기로 결정했다.
구입 목록에는 ‘가성비 1위’라는 타이틀이 붙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그 제품들이 ‘가격 대비 괜찮다’는 평가는 있을지 몰라도,
실제 공간에서 쓰기에 충분한 기능성과 내구성을 갖춘 건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는 그 사실을 물리적, 정신적으로 충분히 체험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조립식 가구와 저가 조명의 함정 – 쓰면 쓸수록 피로해졌다

첫 번째 실패는 책상이었다.
내가 고른 책상은 3만 원대 조립형 MDF 제품으로,
사용자 리뷰도 많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조립 과정부터 난관이었다.
나사가 맞지 않는 구멍이 있었고, 한쪽 다리는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설명서대로 조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책상은 흔들렸고,
타이핑만 해도 책상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중고 거래로 정리했다.

조명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인이 예쁜 스탠드를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빛의 각도가 어정쩡해서 책상에 그림자가 생기고
눈의 피로가 쉽게 누적됐다.
게다가 스위치 고장으로 인해 항상 플러그를 뺐다 꼽아야 했고,
결국은 사용을 포기하게 되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괜찮다’는 표현일 뿐이지,
실제로 오래 쓰기에 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공간 전체의 사용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의자는 오래 앉으면 허리가 아팠고,
서랍장은 손잡이가 부러져 테이프로 고정해서 썼다.
처음엔 ‘어차피 싼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갔지만,
사용할수록 불편함은 누적됐고
공간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디자인만 보고 고른 마감재와 수납 – 유지관리가 최악이었다

도배와 바닥 마감도 ‘가성비’에 끌려 선택한 부분이었다.
온라인에서 할인 중이던 시트지를 주문해 벽면과 붙박이장을 리폼했는데,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였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났다.
시트지 가장자리가 뜨고, 접착제가 벗겨지면서
모서리마다 먼지가 쌓이고 표면이 들뜨기 시작했다.
특히 여름철 습기가 많은 날엔 시트지가 말려 올라가 벽면이 지저분해 보였고,
고쳐보려 해도 이미 접착력이 사라져 제대로 붙지도 않았다.

수납도 문제였다.
최대한 많은 물건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성비 수납함 세트’를 한꺼번에 여러 개 샀는데,
막상 방에 배치하니 공간을 더 좁고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수납함의 크기가 들쑥날쑥하고, 소재도 약해
무거운 물건은 넣을 수 없었으며, 뚜껑은 몇 번 열자마자 휘어졌다.
결국 그 수납함은 자주 쓰는 물건을 담기에는 불편했고,
한쪽 구석에 몰아놓고 그냥 방치하게 되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수납은 양보다 접근성, 유지관리, 내구성이 핵심이라는 걸.
‘가성비’를 우선으로 구매한 결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결국 수납도, 마감재도 예쁘기만 했지
생활 공간으로서의 가치나 효율성은 없었다.


교훈 – 인테리어는 ‘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쓰는 것’

가성비만 생각하고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는
결과적으로 3개월 만에 다시 전면 수정이 필요해진 공간이 되었다.
초기엔 30만 원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버린 물건들, 새로 산 물건들,
그리고 시간과 체력을 합치면 오히려
전문가 리폼을 의뢰했을 때보다 비용이 더 들어갔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후 나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제품을 고를 때 절대 첫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격이 싸더라도,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건 ‘싼 게 비지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앞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다시 하게 된다면
나는 디자인보다 생활성과 유지 가능성을 먼저 따질 것이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책상, 손이 자주 닿는 손잡이,
조명 위치, 가구 동선 등 실생활과 밀접한 요소들부터
예산을 배분하고, ‘지속가능한 품질’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다.

예쁜 건 누구나 고를 수 있다.
싸게도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편하게 쓸 수 있는 인테리어는
가성비가 아니라 ‘현실 감각’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번 실패를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