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하면 싸다고 믿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나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확신에 가까운 기대를 품고 있었다.
“직접 하면 인건비가 빠지니까 저렴하겠지.”
블로그 후기,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릴스까지, 온통 ‘10만 원 셀프 인테리어’, ‘가성비 인테리어’라는 문구가 넘쳐났다.
그 흐름 속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래,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처음엔 소소한 가구 재배치나 도배, 조명 교체 정도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계획은 간단했다.
벽지는 내가 직접 시트지를 붙이고,
가구는 조립 제품을 구매해 조립하고,
조명은 간단한 펜던트 조명을 선택해 혼자 달아보는 식.
소품과 패브릭만 잘 매치해도 공간이 달라진다고 하니, 예산 30~50만 원 내외로 충분히 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셀프 인테리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문 인테리어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순간들이 존재했다.
아래는 실제 내가 겪은 셀프 인테리어의 ‘예상 외 지출’ 5가지 이유다.
① 반복된 실수로 자재를 두 번 샀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 작업’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벽에 붙일 시트지를 너무 타이트하게 재단한 탓에 중간에 짧게 잘리는 바람에 새로 사야 했고,
장판 시공에서는 방향을 잘못 맞춰 붙이다가 들뜸 현상이 발생해 결국 다시 주문하고 재시공하는 과정을 겪었다.
벽면에 곰팡이가 있는 걸 모르고 시공했다가 며칠 만에 벽지 아래로 곰팡이가 번지면서
전체 도배를 다시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 모든 실수는 하나같이 자재를 두 번 사는 구조를 만들었고,
결국 당초 예산보다 30% 이상을 초과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는 실수 없이 한 번에 끝낼 작업이지만, 비전문가는 작은 오차가 ‘재구매’로 이어진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② 공구 구입비와 예비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처음엔 자재만 사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니 필요한 도구들이 계속 생겼다.
수평계, 실리콘 건, 전동드릴, 커터칼, 접착제, 마스킹테이프…
이 모든 걸 하나하나 구매하다 보니 단순 공구 구입비만 10만 원 이상이 들었다.
더불어 ‘혹시 모르니’라는 생각으로 구매한 예비 자재들도 적지 않았다.
시트지는 예비 롤을 하나 더 사고,
조명 교체 부속은 불량을 대비해 여유분까지 준비했지만
막상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남은 것들도 많았다.
이런 식의 ‘예비지출’이 쌓이면,
전체 예산에서 15~20%는 그냥 빠지는 돈이 된다.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도구는 이미 갖춰져 있었을 테고,
불필요한 중복 구매도 없었을 것이다.
③ 체력 소모와 시간 낭비가 '비용'이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단순히 ‘돈이 덜 드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대신 시간, 체력, 시행착오를 내 자원으로 감당하는 구조다.
직접 해보면 체감하게 된다.
가구 조립 하나에 반나절이 걸리고, 도배는 하루 종일 무릎 꿇은 채로 작업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시공이 어긋나면 모두 다시 해체하고 재시공해야 하는 피로감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직장을 다니며 주말과 야간 시간을 이용해 작업했는데,
일주일에 3일 이상 퇴근 후 피곤한 상태에서 도배나 조립을 반복하다 보니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로 인한 건강 문제와 집중력 저하는 결과적으로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하다는 걸’ 인식하게 했다.
그 시간에 전문가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했더라면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④ 결국 전문가 부르며 이중 비용, ⑤ 품질 차이로 다시 지출
가장 큰 비용 손실은 결국 전문가를 다시 부르게 되면서 발생했다.
도배가 들뜨고, 장판이 울고, 조명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결국 전문가에게 다시 연락하게 되었다.
그때 들어간 비용은 기존 셀프 예산보다 훨씬 컸고,
기존에 작업한 자재를 걷어내고 다시 시공하는 공정은 더 복잡했다.
한 번에 제대로 시공하는 것보다 두 번 손댈 때가 더 비싸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또한, 저렴하게 구매한 가성비 가구나 조명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기능상 문제가 생겼다.
서랍은 벌어지고, 조명은 깜빡거리고, 커튼은 재질이 늘어났다.
결국 유지가 어려워 다시 교체했고,
그 비용은 처음에 좋은 제품을 샀을 때보다 더 들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착각은 ‘가성비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결론 – 셀프 인테리어는 '직접 한다'보다 '제대로 준비한다'가 핵심
셀프 인테리어가 무조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실제로 능숙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면
비용을 아끼면서도 원하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제는 매우 철저한 계획과,
예상 지출 외 요소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셀프 인테리어의 핵심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준비’가 되었는가이다.
가성비보다 중요한 건 유지 가능성이고,
예산보다 중요한 건 반복되지 않는 선택이다.
다음에 셀프 인테리어를 다시 하게 된다면
나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정리된 계획을 세울 것이다:
- 자재 수량 정확히 계산하고 예비 자재 최소화
- 공구는 대여 서비스 활용 또는 전문가 협업
-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외주 맡길 부분 구분
- 실패를 감안한 ‘플랜 B’ 예산 마련
- 품질이 중요한 요소에는 가성비보다 내구성 우선
그렇게 해야만, 셀프 인테리어는
‘저렴한 감성’이 아니라 ‘후회 없는 선택’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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