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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 실패 후 알게 된 진짜 우선순위

셀프 인테리어 실패 후 알게 된 우선순위

 

 

인테리어는 예산이나 감성보다 ‘질문’이 먼저다

셀프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어떻게 꾸미면 예쁠까?”, “요즘 유행하는 분위기는 뭐지?”, “10만 원으로 가능한 감성 인테리어는?”
이 질문들은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고민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본질적인 우선순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과 트렌드에만 의존한 계획이었다.

나는 도배, 조명, 가구, 소품 순으로 리스트를 만들고
최저가부터 검색해 자재와 제품을 하나씩 채워 넣었다.
그렇게 인테리어 리스트가 채워질수록 ‘이제 곧 예쁜 방이 완성되겠구나’라는 확신도 커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작업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쏟아졌고,
그 변수들은 나의 시간, 체력, 예산, 그리고 심리적인 여유까지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완성된 공간은 사진으로는 근사했지만, 생활은 전보다 훨씬 불편해졌고,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셀프 인테리어 실패의 결정적 순간들

내가 겪은 셀프 인테리어의 실패는 ‘눈에 보이는 문제’보다
‘계획이 비어 있었던 부분’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큰 실수는 공간의 용도를 분석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은 단순히 예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일하고, 쉬고, 생활하는 모든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쁜 벽지와 조명에만 집중했고,
결국 침대 옆엔 콘센트가 없고, 책상 위엔 조명이 부족하며,
수납장은 자주 쓰는 물건이 닿지 않는 위치에 배치되는 등
실생활에서 끊임없이 불편함이 발생했다.

두 번째는 동선에 대한 고려 부족이었다.
책상을 창가 쪽으로, 침대를 방 중앙에, 수납장은 틈새마다 꽉 채웠지만
실제로 생활해보니 공간은 예쁘게 나뉘어졌지만
걷는 동선, 앉는 위치, 문 여닫기 등 기본적인 활동에서 계속 걸림돌이 생겼다.
특히 전선 정리도 생각하지 못하고 가구를 밀착 배치해버리는 바람에
조명과 충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멀티탭을 억지로 당겨 쓰는 일이 매일 반복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실수는
‘감성’을 ‘기능’보다 앞세운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점이다.
무드등, 원목 스툴, 감성 러그 등은
사진 속에서 보기엔 완벽한 요소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 위에 앉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은
불편하고 유지가 어려운 작업의 연속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사는 공간’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처럼 꾸며버린 셈이었다.


진짜 인테리어는 ‘사용성’을 기준으로 순서를 바꿔야 했다

내가 경험한 가장 현실적인 교훈은 이것이다.
“무엇을 꾸밀까?”보다 “무엇이 가장 불편한가?”부터 정리해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① 기능적 문제 해결 → ② 자주 쓰는 물건의 동선 정리 →
③ 조명과 전기 구조 정비 → ④ 수납 구조 설정 →
⑤ 시각적 스타일링

이 순서를 뒤바꾸면,
시각적으로는 예쁜데 불편하고,
감성은 살았는데 청소가 어렵고,
소품은 많아졌는데 실속은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그건 다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나는 무드등을 두 번 샀고, 러그를 세 번 바꿨으며,
가구를 다시 배치하느라 주말 두 번을 날렸다.

예를 들어 책상이 어두우면
조명을 먼저 바꾸는 게 맞지만,
나는 예쁜 조명을 먼저 고르고,
그 위치에 맞게 책상을 억지로 배치했다.
그 결과 빛이 책상 전체를 비추지 않았고,
그림자가 지면서 눈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뒤에야 문제를 찾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가장 자주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시작점을 설정했어야 했다.


셀프 인테리어는 ‘순서’ 하나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부터 ‘우선순위’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 모든 과정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비용도 적게 들이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는 ‘무작정 따라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공간은 나의 생활 패턴과 다르고,
그 공간의 구조는 내 집과 다르며,
그 예산 구조는 나의 생활비와 다르다.

인테리어의 우선순위는 오직 ‘나의 삶’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가구는 무엇인가?
  •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위치는 어디인가?
  • 어떤 행동이 반복되는가?
  • 현재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한 뒤
그것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셀프 인테리어의 출발점이었다.

지금 내 방은 처음보다 훨씬 덜 예쁘다.
감성 소품은 줄었고, 선반은 비워졌으며, 조명은 환하다.
하지만 불편함은 거의 없고,
일하기도, 쉬기도, 정리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이 공간은 이제,
꾸며진 방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이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의 핵심은 결국
예산도, 감성도, 디자인도 아닌
‘우선순위’라는 이름의 전략
이라는 걸
나는 이번 실패를 통해 확실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