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배는 쉬울 줄 알았다”는 착각에서 시작된 셀프 인테리어
나는 평소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다 보면 누구나 쉽게 도배를 하고, 공간을 감각적으로 꾸미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특히 “도배는 초보자도 할 수 있다”는 콘텐츠를 몇 개 보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마침 이번에 이사 간 집은 벽지가 낡고 곳곳에 곰팡이 자국이 있어 리모델링이 꼭 필요했다. 나는 전문 도배 업체 견적을 받았지만, 40만 원 이상이라는 금액에 주저했고, 직접 해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에서 도배 키트를 7만 원 정도에 구입하고, 주말을 활용해 도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15시간 넘게 작업했지만, 벽지는 일그러졌고, 이음새는 맞지 않았고, 가장자리 실리콘은 지저분하게 삐져나왔다. 결국 그다음 주, 도배 전문가를 다시 불러야 했다. 나는 ‘도배는 쉽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결과적으로 시간과 돈을 이중으로 낭비하게 되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었다.
도배의 난이도를 과소평가한 순간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도배의 가장 큰 어려움이 ‘체력’이나 ‘손재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자 완전히 다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벽면 정리와 프라이머 작업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벽지 위에 바로 붙여도 될 줄 알았지만, 기존 벽지가 들뜨거나, 곰팡이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 벽지도 제대로 붙지 않았다. 나는 이런 기초 작업을 간단히 생각하고 대충 밀어붙였고, 그 결과 새 벽지가 며칠도 안 돼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실수는 이음새 처리였다. 도배는 단순히 벽지를 바르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나는 처음엔 벽지 폭을 맞추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몇 번 자르고, 붙이고 하다 보니 수평이 어긋났고, 전체 벽이 기울어져 보이는 현상이 생겼다. 특히 창문이나 콘센트 주변처럼 곡선이 있는 부분은 잘라도 잘라도 깔끔하게 마감되지 않았고, 결국 구멍을 잘못 내는 실수를 범해 벽을 한쪽 면 전체 다시 붙여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도배는 기술이다. 그것도 숙련자의 손끝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수치로만 계산할 수 없는 감각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전문가 재시공 후 느낀 ‘진짜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
결국 나는 전문가에게 연락했다. 오랜 경험이 있는 중년의 도배 기사님이 도착했고, 나는 내가 실패한 작업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기사님은 벽을 보자마자 “이건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요”라고 말했다. 벽면의 습기, 곰팡이, 이음새 상태, 실리콘 마감 처리까지 모두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가장 먼저 곰팡이 제거와 프라이머 도포, 벽 표면 평탄화 작업부터 진행했다. 이후 벽지 재단과 이음선 처리, 실리콘 마감까지 이어졌고, 모든 과정이 하루 만에 끝났다.
나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벽지를 사용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했을 때는 어색하고 뒤틀렸던 벽이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이음새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건 콘센트 주변의 마감 처리였다. 나는 가위로 자르다 실패했던 부분을 기사님은 단 몇 초 만에 정확하게 컷팅하고, 흠집 하나 없이 정리했다. 이런 디테일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전문가의 가치는 결과에 있다’는 걸 몸으로 체감했다. 단순히 도배가 잘 되었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유지되고, 공간 전체에 어떤 인상을 주는가까지가 도배의 본질이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감정보다 ‘경험과 한계 인식’이 먼저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반드시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조건 DIY가 좋은 게 아니고, 비용을 아끼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셀프 인테리어의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작은 수납, 가구 배치, 데코레이션 등은 충분히 직접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특히 도배, 전기, 타일, 배관—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업과 아닌 작업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도배가 쉬워 보였다는 이유로 모든 걸 스스로 하려 했고, 결국 그 댓가는 금전적 손실과 시간 낭비로 돌아왔다.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단순한 자재 비용 비교만 하지 말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비용까지 포함해서 판단하라. 그리고 실제로 해보기 전에 꼭 전문가의 작업 과정을 관찰하거나, 최소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번 도배 실패를 통해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는 일이 실제로는 얼마나 정교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는 결국 ‘나를 알면서’ 해야 하는 일이다. 가능성만 보고 덤비면, 결과는 대부분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끝난다. 다음에 다시 시도한다면, 나는 무조건 ‘내가 감당 가능한 영역’만 셀프로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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