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실 하나 바꿔보겠다는 단순한 시작
나는 욕실을 단장하는 것이 셀프 인테리어 중 가장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방이나 주방에 비해 공간이 작고, 가구나 전기 배선도 거의 손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한 영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지 곰팡이가 핀 실리콘을 제거하고 새로 도포하는 정도의 작업만 해보려 했었다. 하지만 욕실은 의외로 예민한 공간이었다. 특히 수분과 곰팡이, 습기, 통풍이라는 요소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시공 하나만 잘못해도 전체적인 마감이 무너질 수 있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본 영상 몇 개를 보고 실리콘 제거와 재시공을 시도했고, 이후 도기와 벽 타일 사이에 물이 스며들면서 악취와 곰팡이까지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간단한 작업 하나가 전체 공간을 망가뜨린 셈이었고, 나는 그 작은 실수 하나로 다시 전체 욕실을 전문가에게 의뢰하게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욕실’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쉽게 실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리콘 하나가 만든 재앙 – 초보자가 간과한 치명적인 실수들
내가 처음 실리콘 작업을 시도했을 때 가장 큰 실수는 기존 실리콘 제거를 불완전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실리콘 리무버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칼로 긁어냈고, 미세하게 남은 잔여물 위에 새 실리콘을 덧바르면서 접착력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실리콘을 도포한 후 경화 시간(건조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바로 욕실을 사용하면서 수분이 내부로 침투했다. 그로 인해 타일과 도기 사이에 물이 고이고, 그 아래로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게 되었다. 특히 세면대 하부와 욕조 가장자리 부분은 늘 습기가 차 있는 구역이기 때문에, 작은 틈이 생기면 그 경로를 따라 물이 스며든다. 나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단지 “보이는 실리콘만 잘 바르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했었다.
두 번째 실수는 사용한 실리콘의 종류 선택에서 발생했다. 욕실용 실리콘은 반드시 방수 기능과 곰팡이 방지 기능이 포함된 전용 제품을 써야 하는데, 나는 일반 실내용 실리콘을 사용했다. 외형은 비슷했지만 기능은 완전히 달랐고, 결국 시공 2주 만에 갈라짐과 누수가 발생했다. 나는 단지 ‘흰색이면 되겠지’라는 기준으로 저렴한 제품을 선택했는데, 그 결과가 공간 전체를 망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무서운 건, ‘잘 모르면서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전문가 재시공 비용과 원상복구의 이중지출
문제는 단순히 실패에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시공한 실리콘 부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벽면 타일 이음새로 물이 스며들었고, 욕실 하부장 뒷면까지 물이 흘러들어가면서 곰팡이균이 벽 내부까지 번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하부장을 철거해야 했고, 하부장 뒷면의 곰팡이 얼룩은 제거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결국 전체 욕실 하부장을 새로 교체하고, 실리콘을 포함한 전체 마감을 전문가에게 다시 맡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180만 원 이상이었다. 애초에 전문가에게 처음부터 맡겼다면 80~100만 원 선에서 끝낼 수 있었지만, 내 시공 실수로 인해 복구 비용이 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더불어 실리콘 틈으로 흘러든 물이 바닥 장판까지 영향을 주면서, 욕실 바깥 바닥이 들뜨고 부풀어 오르는 부작용도 생겼다. 나는 결국 욕실 밖의 복도 장판까지 교체해야 했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했다. 욕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발생한 작은 누수가 전체 집 구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실감하게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면 ‘보이는 곳’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기는 결과까지 예측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걸 나는 이번 실리콘 시공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욕실 셀프 인테리어에서 피해야 할 4가지 + 전문가보다 잘하려면?
내가 겪은 실패를 바탕으로, 욕실 셀프 인테리어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핵심 포인트 4가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실리콘 제거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잔여물이 새 실리콘의 접착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둘째, 건조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습한 공간에서 24시간 이상 건조하지 않으면, 그 위로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셋째, 실리콘 제품 선택을 정확히 해야 한다. 욕실 전용, 방수+곰팡이 방지 기능이 있는 실리콘을 사용해야 한다.
넷째, 시공 도구와 기술에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 영상 몇 개로는 절대 실제 공간의 변수까지 다룰 수 없다.
만약 누군가 욕실 셀프 인테리어를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차라리 ‘하루 출장 전문가’나 ‘부분시공 서비스’를 병행하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은 10만~20만 원 내외로 실리콘 시공만 해주는 전문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자재 구매와 수고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셀프 인테리어는 때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 안에서만 진행해야 의미가 있다. 나는 이번 욕실 실리콘 시공 실패를 통해 그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배웠다. 셀프 인테리어가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방심하면, 결과는 전문가보다 더 비싸고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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