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세집에 돈 쓰는 건 낭비다”라는 말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올해 초, 서울 외곽의 오래된 빌라 1.5룸으로 이사를 했다. 방은 작았지만 회사와 가까웠고, 무엇보다 월세 보증금과 관리비가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집 내부는 낡고 어두웠고, 벽지에는 얼룩이 있고, 조명도 노란색 형광등 하나뿐이었다. 입주 첫날 나는 '그래도 월세 집인데 최대한 아껴 써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몇 주를 지내보니 매일 출근 준비를 하는 공간이 우울했고, 퇴근 후 쉬는 공간은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공간이 바뀌면 삶도 바뀐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300만 원 안에서, 최대한 이 공간을 바꿔보자.” 그렇다고 해서 고급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벽지를 교체하고, 조명과 커튼을 바꾸고, 몇 가지 수납 가구를 추가해 쾌적하고 감성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인터넷에서는 “300만 원이면 셀프 인테리어 충분하다”고 말하는 후기들도 많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나니, 예상치 못한 변수와 현실적인 문제들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 그때부터 나는 셀프 인테리어의 진짜 본질을 마주하게 됐다.
셀프 인테리어, 현실은 예쁜 감성보다 ‘문제 해결’이 먼저였다
나는 가장 먼저 벽지부터 손대기로 했다. 셀프 도배 키트를 구매하고 유튜브를 참고해 벽지를 하나하나 붙이기 시작했지만, 벽이 울퉁불퉁한 구조였던 탓에 이음새가 들뜨고, 곳곳에 공기 방울이 생겼다. 거기다 습기 때문에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벽지 한쪽이 떨어져버렸다. 도배는 생각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았고, 나는 결국 12평 기준 벽지 시공을 전문 기사에게 맡기게 되었다. 추가 비용 45만 원이 발생했지만, 공간이 깔끔해지자 그만큼 만족도도 올라갔다.
두 번째는 조명이었다. 나는 감성적인 공간을 원해서 주광색 조명을 모두 철거하고 간접 조명과 LED 조명을 설치했다. 문제는 전기 연결이었다. 전기공사는 DIY로 하기에 위험한 작업이었고, 기존 전선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서 조명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거나 깜빡거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결국 조명 업체를 불러 시공을 다시 했고, 여기서도 30만 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생겼다. 이렇게 점점 셀프 인테리어에서 ‘셀프’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300만 원이 생각보다 작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
예산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벽지와 조명 시공에만 약 80만 원을 썼고, 기본적인 커튼과 블라인드 설치, 바닥 러그와 소형 가구 몇 개를 구매하니 150만 원이 사라졌다. 수납장을 인터넷 최저가 제품으로 구매했지만, 조립해보니 수평이 맞지 않아 다시 고정하기 위해 공구를 사고 보강재도 사야 했다. 그리고 작은 테이블 하나를 직접 만들겠다고 목재를 사서 도전했지만, 재단 실수로 결국 쓸 수 없는 조각만 남았다.
나는 처음에 ‘셀프 인테리어=감성+절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셀프 인테리어는 오히려 기술, 체력, 시간, 그리고 판단력이 모두 요구되는 고난이도 작업이었다. 특히 월세 집이라는 특성상 구조 변경은 거의 불가능했고, 원상복구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고정형 가구나 못질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예산의 대부분을 ‘문제 해결’에 쓰게 되었고, 감성적인 소품이나 꾸미기는 계획보다 훨씬 줄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얻은 변화, 그리고 셀프 인테리어의 진짜 의미
완성된 내 방은 처음 계획했던 '감성 자취방'과는 조금 달랐다. 예쁜 소품으로 꾸며진 공간보다는, 생활이 편리하고 안정감 있는 공간에 가까웠다. 벽지는 깔끔했고, 조명은 눈에 덜 피로했으며, 수납은 비효율적이었던 부분을 개선했다. 무엇보다 매일 눈 뜨고 시작하는 공간이 이제는 나를 조금 더 안정시켜 주는 공간이 되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나는 ‘예산을 얼마나 아꼈냐’보다도, 그 공간에서 얼마나 나답게 살 수 있게 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누군가 월세 방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하려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300만 원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예산이다. 하지만 그걸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예쁜 것보다 기초 공사와 구조 정리에 돈을 먼저 썼고, 그것이 오히려 오래 가는 만족감을 줬다. 셀프 인테리어는 단지 예쁜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내 생활 패턴과 공간 구조를 이해하고, 나만의 리듬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실패도 있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공간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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