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더 넓게 만들겠다는 착각에서 시작했다
나는 오래된 3룸 빌라의 작은방 하나를 작업실 겸 침실로 꾸미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방 크기는 약 2.5평, 침대 하나만 넣으면 공간의 절반이 사라지는 구조였다. 이전에 사용하던 상태는 낡고 답답했고, 바닥도 칙칙한 장판이라 리프레시가 필요했다. 인터넷에서 “작은방 셀프 인테리어 성공기”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여러 개 보면서, 나도 감각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좁은 공간일수록 구조를 잘 짜면 넓게 보일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됐고, 효율적인 수납과 여백이 공존하는 ‘미니멀한 룸’을 꿈꿨다.
그래서 나는 작은 가구들을 중심으로 배치 계획을 세웠고, 수납장을 최소화하는 대신 가벽 형태의 선반과 수납 박스, 침대 아래 공간 활용 같은 방식을 선택했다. 예산은 200만 원 이내였고, 대부분을 가구와 수납 아이템 구매에 썼다.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가구를 조립하고 벽에 선반을 설치하니 공간이 한층 깔끔해 보였다. 하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자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오히려 방이 더 좁아 보이고, 수납은 더 불편해졌으며, 정리는 더 어려워졌다. 이건 분명히 ‘예쁘게 꾸민 공간’이 아니라, 실용성 없는 구조물로 가득 찬 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수납 가구’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내가 가장 크게 실수한 부분은 공간의 너비보다 수납 용량만 고려한 가구 배치였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수납 겸 테이블’, ‘침대 겸 수납함’, ‘이동식 철제 선반’ 등의 제품을 그대로 구매해 방에 배치했지만, 문제는 그 가구들이 모두 공간을 ‘채워버리는 가구’였다는 것이다. 벽면을 따라 선반과 박스를 배치하다 보니, 실제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은 줄었고, 물건을 꺼내거나 넣을 때마다 다른 가구를 치워야 했다.
또한, 나는 벽에 설치하는 수납 구조가 ‘공간을 절약하는 해법’이라고 믿었지만, 좁은 방에서는 벽선반조차도 시야를 가리게 되는 장애물이었다. 높이 조절이 되지 않는 선반에 자잘한 소품들이 계속 쌓이자, 눈에 보이는 시각적 피로감이 커졌고, 깔끔한 방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창고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방 문 옆에 배치한 이동식 와이어 랙은 처음에는 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방을 돌아다니기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수납을 늘렸지만, 정작 실제 사용성과 시야 확보는 더 떨어지는 구조로 방을 꾸며버린 셈이다.
'수납을 늘리면 정리된다'는 환상이 만든 역효과
많은 셀프 인테리어 조언은 “수납을 늘리면 방이 깨끗해진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납이 늘어날수록 물건을 더 많이 쌓아두게 된다. 처음에는 깔끔하게 정리했던 물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박스 속에 대충 넣기 시작했고,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다 꺼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나는 ‘보이지 않는 정리’에 만족하면서도, 매일 어딘가 어수선한 공간에 앉아 있게 되었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서는 수납의 위치와 높낮이가 생활 편의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책상 위 선반이 머리 위로 튀어나오면서 자주 머리를 부딪혔고, 침대 아래 수납박스는 매트리스 무게 때문에 꺼내기가 점점 불편해졌다. 이 모든 경험은 나에게 하나의 결론을 안겨주었다. 좁은 공간에서는 수납을 늘리는 것보다 ‘물건 자체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번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미니멀한 방’은 수납 가구로 채워진 공간이 아니라, 물건의 흐름과 사용 습관이 설계된 공간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셀프 인테리어는 감성보다 ‘사용성’을 우선해야 한다
결국 나는 수납 가구 몇 개를 철거했고, 벽선반은 떼어내고 대신 바구니형 수납으로 바꿨다. 침대 아래 수납도 포기하고, 물건 자체를 정리했다. 그 결과, 방은 더 단순해졌고, 실제로 더 넓어 보였다. 처음에는 “공간을 예쁘게 꾸미겠다”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건 간결하고 정돈된 구조였다. 셀프 인테리어의 진짜 목적은 예쁜 장면을 만들기보다는, 내가 그 공간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에 있다는 걸 이번에 비로소 체감했다.
작은방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려는 사람이라면,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수납을 늘리기 전에, 지금 가진 물건을 먼저 줄여라.” 그리고 반드시 가구 하나를 놓기 전에 ‘이게 없으면 더 나아질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는 공간을 바꾸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생활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좁은 공간일수록 ‘덜어내기’는 인테리어 그 자체다. 나는 실패했기에 이 진리를 체감했고, 이제는 ‘여백이 많은 방’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작은방 인테리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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