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집도 ‘내 공간’처럼 꾸미고 싶었다
나는 이번에 이사한 전세집에서 처음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전세 계약 기간은 2년이었고, 그 안에서만 살 생각이었지만 어쩐지 이 공간을 내 스타일대로 꾸며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월세보다 전세가 안정적이라는 생각에, ‘이 집은 당분간 내 공간’이라는 착각이 생겼다. 처음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려 했다. 벽지만 바꾸고 커튼만 달고, 조명 하나만 교체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점점 손대는 범위가 넓어졌다. 나도 모르게 마감재와 가구, 장판, 페인트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렇게 6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정작 그 돈이면 전문가를 불러 더 완성도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겠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셀프 인테리어는 나에게 ‘노력 대비 효율’의 함정을 깊게 체감하게 만든 경험이었다.
계획 없이 진행된 셀프 인테리어가 부른 연쇄 오류
셀프 인테리어는 계획이 전부다. 나는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한 채 인테리어를 시작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벽지를 직접 붙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셀프 시공 키트를 구매했는데, 준비된 풀은 벽에 잘 먹지 않았고, 벽지 자체는 금세 들뜨기 시작했다. 조명을 설치하려다 전기배선을 잘못 연결해 두 차례나 정전이 났고, 냉장고 뒤 공간에는 몰딩을 제거한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바닥재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DIY용 장판을 구입했지만, 내 손재주로는 바닥 높낮이를 맞추지 못해 몇 군데는 물이 스며들 위험이 생겼다. 결국 전문가를 다시 불러 부분 보수를 맡기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추가로 150만 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전세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투자금은 고스란히 ‘날리는 돈’이 되었다. 전문가를 초기에 불렀다면 한 번의 시공으로 끝났을 문제를, 나는 두세 번씩 반복하며 돈과 시간을 모두 소모하게 된 것이다.
전세집이라는 조건이 만든 추가적인 제약과 리스크
전세집은 말 그대로 ‘내 집이 아닌 공간’이다. 이 점을 간과한 채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는 나에게 여러 제약을 안겨주었다. 가장 먼저 문제 된 것은 ‘원상복구 의무’였다. 내가 설치한 벽 선반, 커튼 레일, 붙박이 선반은 모두 퇴거 시 철거해야 했고, 벽에 뚫은 피스 자국과 못자국을 복구하는 데만도 40만 원이 추가로 들었다. 욕실에 방수 페인트를 직접 시도했지만, 시공 후 생긴 곰팡이로 인해 집주인과 갈등이 생겼고, 그 해결을 위해 전문가를 따로 불러야 했다. 셀프 인테리어는 ‘무조건 싼 선택’이 아니었다. 전세라는 조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퇴거 시점이 다가올수록 ‘이 집에 이만큼 투자한 게 맞았을까?’라는 의문이 커졌다. 결국 내가 체감한 건, 전세집에서의 셀프 인테리어는 지금의 만족을 위해 미래의 손실을 감수하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에 접근 방식 자체를 다르게 설계했을 것이다.
전문가보다 더 비싼 셀프 인테리어, 다음 선택은 달라야 한다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나는 셀프 인테리어에 약 6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고, 그 중 30% 이상은 재시공과 복구에 들어갔다. 전문가에게 처음부터 맡겼더라면, 추가 비용 없이 같은 결과 또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셀프 인테리어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다. 내 손으로 공간을 바꾸는 성취감, 시도 자체의 재미, 나만의 스타일을 실현하는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시작한다면, 셀프 인테리어는 오히려 전문가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선택이 된다. 특히 전세집은 임시 거주 공간이라는 현실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나처럼 감성에 이끌려 섣불리 인테리어에 뛰어든다면, 남는 건 피로와 후회뿐일 수도 있다. 다음에는,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최소한 초기에 기본 구조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시작할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는 것’부터가 진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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